미술/서양미술

[아티스트]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 세계 알아가기

츄츄네 2023. 9. 25.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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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허스트 (Damien Hirst. 1965~)

 

허스트는 자신의 설치작품, 회화, 조각을 통해 미술과 과학, 그리고 대중문화의 전통적인 경계에 도전했다. 초창기 모더니즘 조각가들과 달리 데미언 허스트는 일관된 양식을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 
제 각각의 작품들은 서로 아주 달라 보여서 그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관람자는 그 작품들이 같은 사람의 손에서 나온 것이라는 사실을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허스트의 작품 의도에는 다분히 과대 선전적인 면이 있긴 하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방법은, 죽음 속에 숨어 있는 지독한 아름다움, 그리고 아름다움에 내재되어 있는 불가피한 부패를 묘사하는 미술을 목격하는 것이다. 본능을 충실하게 따르면서도, 시각적인 도전을 성취해냄으로써 허스트는 동시대 미술가들 중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미술가가 되었다.

 

 

1. 대표작

 

 

<살아있는 누군가의 마음에서 불가능한 물리적인 죽음, 1991> 출처 www.damienhirst.com

프란시스베이컨과 옵아트에서 영향을 받은 허스트는 유리 상자 안에서 포름알데히드 용액에 절여진 채 떠 있는 죽은 동물들을 전시하는 등의 개념미술 작품을 제작했다.

 

사치 갤러리에 전시되었던 <살아있는 누군가의 마음에서 불가능한 물리적인 죽음>(1991)은 4.3미터 길이의 타이거 상어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상어는 마치 여전히 살아서 본래의 영역에서 헤엄치고 있는 것과 같이 탱크의 중앙에 떠 있도록 균형 잡히고 무게가 실려 있다. 


여기에는 몇 가지 관련 사항이 있다. 
그 하나는 박물관 문화와 관련된 것인데, 박물관은 문화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한때 살아 있던 것들을 선택해서 그것들을 유리 상자 속에 격리시켜 놓는다. 
또 하나는 죽음 자체의 사실과 관련된 것으로 이제 성보다는 죽음에 대한 언급이 더 크게 금기시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 경우에는 격리 되어 있는 대상이 한때 살인 기계에 해당되던 것의 시체라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죽음을 초래하는 것도 결국 죽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삶의 의미에 대한 전통적인 인식을 재검토하게 만들었으나 영국 언론은 이 작품에 경악했고, 그것은 허스트에게 오명을 남겼다. 이전의 다른 미술가들처럼 허스트의 이 작품 역시 평가가 양극단으로 나뉘었다.

 

 

 

<분리된 엄마와 아이, 1993>


런던의 서펜타인 갤러리에서 열린 전시회 '일부는 미쳤고, 일부는 달아났다'(1994)에서는 더 많은 포름알데히드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유리 상자 안에 양을 진열한 <양 떼로부터 떨어져서>(1994)와 반으로 갈라진 소와 송아지를 진열한 <분리된 엄마와 아이>(1993)로 그는 1995년에 터너상을 수상했다. 일부 비평가들은 허스트가 자신의 작품을 홍보하기 위해서 일부러 자극적이고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소재들을 선택한다고 혹평했다.

 

 

2. 더한 충격과 경외감

 

 

<천 년, 1989>


2000년대로 들어서자 허스트는 '예수와 그의 제자들의 생애'를 주제로 한 작품 연작을 제작하면서 종교 속으로 더 깊이 파고든다. 런던에 있는 가고시안 갤러리는 '천 년과 세 폭 제단화'(2006)라는 전시회를 통해 베이컨의 영향을 받은 작품들을 선보였다. 이 전시회는 '바니타스' 전통에 대한 허스트의 해석인 <천 년>(1989)을 특집으로 삼았는데, 이 작품은 구더기가 파리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천 년, 1989>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 유리 진열장 한쪽에는 잘린 소머리가 바닥에 있고 그 위에 전격 살충기가 걸려있다.  소의 머리는 전시장 가득 썩은 악취를 진동하며 썩어 들어가고 파리들은 이를 먹기 위해 달려들고 다시 파리는 전기 장치에 의해 죽어가고, 다시 부패되어 썩어가는 소 머리에는 구더기가 득실거리고, 그 구더기는 또 파리가 된다.

절단된 소머리에 파리가 날아들지만, 결국 파리들은 소머리 위에 있는 전기 충격기에 감전되어 죽고 만다. 소의 사체에서는 다시 구더기가 생겨나고, 이런 과정이 다시 반복된다. 허스트는 자신의 전매특허인 '충격' 주기를 계속한다.

 

 

<사랑의 안과 밖(흰색 그림과 살아있는 나비들), 1991> 출처 www.damienhirst.com

 

<사랑의 안과 밖>은 2개의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층에는 <사랑의 안과 밖 (흰색 그림과 살아있는 나비들), 1991>이 있고, 2층에는 <사랑의 안과 밖(나비 그림과 재떨이), 1991>로 되어 있다. 


습기 가득한 2층에는 나비들 이 흰색으로 칠해진 캔버스에 붙어있는 번데기로부터 나오는데, 꽃과 설탕물이 나비가 날 수 있게 만들고 있으며, 짝을 지어 알을 낳을 때 까지 나비들의 비행은 계속된다. 그리고 마침내 죽음을 맞이하고 다시 캔버스에 번데기로 부터 나비가 생겨나는 생명의 순환은 반복된다. 
다른 방에 있는 두 번째 설치물은 단색 광택의 회화에 고정되어 있는 죽은 나비 시체, 방 가운데 놓여있는 테이블 위의 모서리마다 놓여 있는 접시에는 과일들이 잔뜩 들어있어 몰려드는 나비를 개인적으로 바라보게 하며 
개인적 시선에 대한 인상을 제공하기 위해 설치되었다. 

 

<사랑의 안과 밖(나비 그림과 재떨이)>는 판매되었고. <사랑의 안과 밖(흰색 그림과 살아있는 나비들)>은 작가 소장이다. 
작품은 1990년 허스트의 첫 번째 중요한 동물 설치물, <천 년(A Thousand Years)>에서 보여준 자극적인 동물의 죽음보다는 다소 덜하지만, 번데기에서 태어난 나비가 날다가 짝을 이뤄 알을 낳고 죽고 다시 태어나는 과정의 반복을 통해 삶과 죽음의 순환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러한 나비의 생명의 순환은 사랑의 덧없는 본성에 대한 메타포이다.

 

 

 

 

3. 약국/ 알약 시리즈

 

<약국, 1992> 출처 www.damienhirst.com

작품 <약국>은 방 크기의 장소를 특정하는 설치품으로 실제 약국을 재현하며 뉴욕의 코헨 갤러리(Cohen Gallen, New York)에 처음 발표되었다. 
선반에 약을 진열해 놓았는데, 이는 신체를 상징하는 것으로, 윗부분에 놓인 약들은 신체의 머리를 나타내고, 중간은 위, 아래 부분에 놓여진 약들은 발을 나타낸다.

<알약 캐비닛, 1999>



허스트의 작은 약국 진열 상자 작품은 <봄날의 자장가(Lullaby Spring)>에서와 같이, 약장의 벽면이 거울로 만들어져 작품을 들여다보는 사람을 비추는데 관람객들은 어느 순간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며, 죽음을 극복하고 영원히 살고자 하는 욕망과 약에 대한 맹신, 그리고 약이 갖는 모순과 한계 등을 생각하게 하며, 선반 위에는 간격을 유지한 채 작은 색색의 알약들이 배열되는 방식으로 확산된다.

약장과 알약 캐비닛. 허스트는 삶에 대해 갈망하는 사랑들의 심리를 가장 잘 대변해 주는 오브제가 약인 것을 이용하여 삶과 죽음을 말하고자 한다. 신을 믿는 대신 약을 믿었으나 결국 죽음은 막아내지 못하는 약에 대한 인간의 끊임없는 삶에 대한 욕망과 이를 위한 약에 대한 맹신을 드러내고 있다.

 

 

 

<신의 사랑을 위하여, 2007> 출처 www.damienhirst.com

 

'메멘토 모리'라는 문구를 상기시키는 다이아몬드가 박힌 해골인 <신의 사랑을 위하여>(2007)는 1억 5백만 달러에 팔림으로써 살아 있는 미술가의 작품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개인전 '믿음을 넘어서'(2007)에서 전시된 <신의 사랑을 위하여>를 발표하기 일 년 전에, 영국 방송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값비싼 미술품 제작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치스러운 작품을 만들게 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나는 다만 인간 존재의 무상함을 형상화하여 삶을 찬미하고 싶었을 뿐이다. 죽음의 상징을 사치, 욕망, 타락의 상징으로 포장하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이 있겠는가?"

<신의 사랑을 위하여>는 백금으로 주형을 뜬 실물 크기의 두개골에 총 1,106.18캐럿의 다이아몬드 8,601개가 촘촘히 박혀 있다. 두개골의 이마에 배치된 배 모양의 중앙장식물은 분홍빛의 50캐럿짜리 다이아몬드다. 허스트는 대영박물관에서 본 아스텍 유물인 터키옥으로 만든 두개골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제작 비용은 2천만~3천만 달러(천만~천오백만 파운드)로 추산된다. 이 작품은 세상에서 가장 값비싼 미술품이 되었고, 이 경이로운 작품의 제작 과정에서 두개골의 본을 뜨기 위해 런던 북쪽의 한 가게에서 구입했던 18세기 두개골의 가격도 상당히 비싸졌다. 경매가 끝난 후, 이 작품은 전혀 팔린 적이 없으며 허스트가 작품의 가격을 높이기 위해 계획적으로 옮긴 것으로, 여전히 그의 소유라는 소문이 떠돌았다.

 

 

 

4. 신화

 

<신화,2010>

포름알데히드에 있는 상어와 양, 소 이후, 허스트는 신화 속 생명체로 옮겨가는데, 절여지지는 않지만, 여전히 본래의 형태를 그대로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더비셔(Derbyshire) 체스워스 하우스(Chatsworth House)에 세워진 허스트의 한 쌍의 전설 속의 날개 달린 말 유니콘(Unicon)은  한 면은 백마의 흰색 그대로를 나타내고 있는 반면 다른 면은 껍질이 벗겨져 근육과 뼈를 노출하고 있다. 허스트는 작품이 과학과 종교 사이이 관계에 대한 자신의 관심에 연속이라 말한다. 
"과학이 지상 세계에 종교를 가져오고 신화적 창조물을 열린 신화 생물을 죽어야 하는 숙명을 지닌 지상의 말들 같이 절개하고 드러내었다는 것은 여전히 마법 같은 것이다.  그것은 일종의 진짜를 만들어 내기 위해 신화를 폭발시킨 컷과 같다."라 말한다.

 

 

 

5. 회화 : 스핀 페인팅 /  스폿페인팅

 

 


허스트는 또한 회화작품도 제작해 왔다. 그의 대표적인 회화 작품들은 거의 미니멀리즘 양식이라고 할 수 있으며, 기계적인 제작 기법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추상표현주의의 '액션 페인팅'에 가깝다.

<Beautiful, shattering, slashing, violent, pinky, hacking, sphincter painting, 1995 >출처 www.damienhirst.com


허스트의 회화 작품은 크게 두 가지 범주로 나뉜다.

우선 '스핀'(Spin) 페인팅 시리즈의 경우, 원형의 캔버스 위에 물감을 엎질러 붓고, 그것을 고속으로 회전시켜서 제작한 것이다.

 

<2-Amino-5-Bromobenzotrifluoride, 2011> 출처 /www.damienhirst.com

 이러한 '스폿' 페인팅 시리즈의 제목은 허스트가 애용하던 주제인 조제약에서 가져온 것인데, 이는 치료의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미술과 약의 관련성을 암시한다. 그의 약 진열장 조각품들은 수술 도구들이나 알약 병, 그리고 의료도구들을 정연하게 배치된 선반 위에 전시한 것으로 허스트의 색, 형태, 모양의 세부적인 배치를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