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서양미술

[아티스트] 아니쉬 카푸어 공간 제시 방법 알아가기

츄츄네 2023. 9. 2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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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쉬 카푸어 : 공간과 보여짐을 새롭게 제시하는 작가

 

 

 영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조각가 중 한 명으로 대규모의 장소에 특정적 조각을 제시하는 작가이다. 인도에서 태어나 영국으로 건너가 미술을 공부한 그는 인도와 유럽의 정체성을 모두 보유한 조각가이다. 카푸어의 아름답고 명상적인 추상조각 작품은 동양미술과 서양미술의 간극을 연결해주고 있다. 

 

 

1. Cloud gate

<Cloud gate. 2006>

 

 ‘The Bean’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시카고의 상징적인 공공미술 작품 <Cloud Gate>. 자신 혹은 주변의 모습을 일부러들여다보게 만드는 아름다운 반사형 작품으로 친숙한 작가이다.  물성을 가장 현격히 드러내는 조각이라는 매체를 이용하여 그 물성을 뛰어넘는 정신적인 사유를 담아내는 것이 그가 조각을 하는 이유이고 목적이다. 

 

 조각작품은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는 점이 가장 큰 단점으로 여겨졌지만 카푸어는 조각을 통해 오히려 공간이 드러나도록 설계했다. 공간에 놓여진 존재에서 공간을 인식하도록 한 것이다. 이것은 스테인레스의 반사하는 성질을 활용해 공간이 드러날 수 있도록 작품 안에 공간을 새롭게 만들어냈다. 그리고 작품 제목에 '문Gate'를 붙임으로써 관객이 새로운 차원과 공간을 인식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수직과수평, 직선과 곡선, 표면과 내부, 주체와객체, 소통과 단절, 하늘과 땅, 흘러가는 시간과 정지된 듯한 몰입의 순간 등 상반되는 요소를 교차되는 것으로 선사한다. 또한 관람자의 움직임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관람 포인트를 갖고 있다. 작품 중앙에 움푹 들어간 공간에서는 자신을 덮고 있는 작품의 물리적 육중한 크기를 인식하고  외부에서 바라보이는 육중함과 다르게 관람자는 비치는 공간에 의해 새로운 공간을 경험한다. 카푸어는 움직이는 구름, 고층건물이 작품에 비춰지길 기대하며 빌딩숲의 수식적인 모습과 직선은 수평으로 놓인 작품과 곡선과 맞닿아 새로운 세상이 보이길 기대했다. 

밀레니엄 공원 AT&T광장에 설치된 공공 조각으로 높이 12.8m, 너비 20m, 168개의 철판으로 110톤에 달하는 거대한 크기로 제작한 만큼 유지하는 과정도 상당하다. 많은 철판을 그라인더와 샌더를 이용해 철판 용접자국을 없앴고 1년여에 걸쳐 광택을 낸 결과물이기 때문에 매끄러움을 유지할 수있는데 하루 두번 1.8m까지는 직원들이 청소를 하고 작품 전체는 일 년에 두 번 세척제를 이용해 닦고 있다고 한다. 

 

 

 

 

2. 보이드(void) 작업

 

 

30여 년에 걸친 카푸어의 예술은 바로 이 ‘보이지 않는 세계’ 물질적인 가시 세계 너머의 세계를 표현하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1990년대에 시작된 보이드(void) 작업은 그 핵심에 있다. 빔, 비어있음, 공백을 의미하는 보이드 작업은 말 그대로 조각의 내부가 빈 움푹 파인 빈 공간이 작품의 중심이다. 

 

<무제,1990>

 

 예술적인 기교를 최소화하고 사물의 본질을 구현하고자 한 미니멀리즘에서도 영향을 받아 예술을 통해 보다 무궁한 비물질적인 세계를 우리에게 일깨우며 물질적인 조형성을 넘어 다양한 사유를 추구했다. 

 짙푸른 혹은 검붉은 안료 가루로 도포된 내부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어둠이 가득하여 비어 있음을 깨닫기 어렵다. 
비어 있지만 비어 보이지 않는 모순은 가벼운 혼돈을 야기하며 호기심을 자극한다. 또한 빈 공간은 결국 채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존재와 생성이 잠재된 공간으로, 카푸어의 보이드 작업은 점차 창조의 맥락으로 전개되고 몸, 건축, 공간을 아우르는 작업으로 확장되었다.

<When I am Pregnant, 1992>
<My Body Your Body, 1999>

아니쉬 카푸어는 2022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회화가 무언가를 가시화하는 방식에 대한 역사인 반면, 나는 그와 정반대의 일, 즉 무언가를 어떻게 사라지게 만들 수 있을 것인가에 천착했다”라고 밝힌다.  자신이 그간 다뤄온 물질의 한계에 도전하며 비물질에 주목해  공(空, Void)을 넘나드는 양상으로 작품 세계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핵심은 무엇이 물질적이며 무엇이 그 물질을 초월하는지를 질문하는 것이다. 
결국 이것이 모든 작가가 하는 일의 본질이자 미술의 주요한 방법론적 지향점이다. – 아니쉬 카푸어

 

 


반타블랙( VantaBlack ) 논란

 

 카푸어의 예술 세계는 매우 광범위하다. 본인만의 컬러를 작품에 사용했는데, 대중에게 알려진건 가장 완벽한 검은색인 반타블랙 VantaBlack이다.
카푸어는 반타블랙을 예술작품에 활용할 수 있는 독점계약을 맺었고 누구도 반타블랙을작품에 활용할 수 없도록 했다. 이로 인해 많은 예술인들에게 비난을 받았지만 이제는 카푸어의 강력한 브랜딩이 되었다. 

 

 


 2014년 세계에서 가장 어두운 색상인 반타블랙이 만들어진다. 영국 Surrey Nano System에서 군사, 우주, 항공에 이용하기 위해 만들었는데 기존의 블랙은 빛을 비추면 갈색이나 푸른빛들이 보였기 때문에 완벽한 블랙은 아니었지만 반타 블랙은빛을 99.965% 흡수할 뿐만 아니라 가시광선과 적외선까지도 흡수한다. 


 이것은 인공위성 위장용도료나 천체망원경 내부 도색용 도료로 사용되는 등 다양한 기술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작했는데 이런 제작과정에 카푸어는 개발연구에 투자한다. 동시에 예술가 중 본인만 사용할 수 있도록 거액의 독점 계약을 맺으면서 본인과 가까운 지인만 반타블랙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기존에 반타블랙을 구매하거나 소지한 개인, 기업의 안료를 모두 압수하자 예술계에서는 엄청난 비난이 이어졌다.  그동안 미술사에서 단 한 번도 예술가가 재료를 독점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타블랙 제작사는 카푸어의 편을 들어준다. "반타블랙은 전통적인 페인트나 안료와는 다른방식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예술작품에 사용하기 부적절하고 전문적인 사용방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가격이 매우 비싸다. 이런 이유로 카푸어에게만 독점적으로 예술에서 사용할 권리를 부여했다. " 

 이후 또다른 이슈가 불거졌다.  현대미술가 스튜어트 셈플(Stuart Semple)은  카푸어의 독점 사용 소식을 듣고 가장 핑크스러운 핑크(Pinkest Pink)를 제작한다.  이 핑크는 누구나 구매할 수 있지만 구매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아니쉬 카푸어가 아니거나 그 주변 지인도 아님을 증명하고 구입할 수 있었다.
 그 이후 카푸어는 셈플이 제작한 핑크를 구매해 인스타그램에 인증숏을 올렸는데 가운데 손가락에 핑크 안료를 찍어 바르고 "Up Yours #Pink"라고 적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반타블랙을 본인만 사용할 수 있도록 독점한 그가 핑크 안료를 찍어 올린 사진에 조롱하는 반응을 표현했다. 

 여전히 반타 블랙은 카푸어만 사용 가능하지만 2019년 MIT연구진은 반타블랙 보다 7배나 흡수율을 높인 검은(Redemption of Vanity)을 개발했다. 가장 어두운 블랙이라는 상징성이 모두의 것이 된 지금 카푸어의 독점이 해프닝으로 보일 수 있지만 현대미술에서는 논란이 됐던 사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