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서양미술

[아티스트] 게르하르트 리히터 회화 영역 소개

츄츄네 2023. 9. 29.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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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하르트 리히터의 다양한 회화 영역 소개

 

 

리얼리즘과 추상회화를 통해 작가가 관람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부분은 어떤 게 있을까? 단순히 리얼리즘이기 때문에 보이는 이미지를 전달하고, 추상이미지를 통해 물질의 속성을 나타내려는 것일까? 

 

게르하르트 리히터 (Gerhard Richter .1932~) 는 기존의 작가들과 다르게 다양한 영역의 표현 스타일을 보여주면서 리얼리즘과 추상을 통해 유사한 의도를 전달하고자 한다. 또한 작품을 보고 한 작가의 작품이라고 판단하기 쉽지 않은 작가이며 다양한 스타일만큼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작가이다. 

 

(1)개관

1932년 독일의 드레스덴에서 태어난 이후 사회주의 동독의 드레스덴 미술 아카데미에서 보수적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익혔으나  이후 파리여행, 카셀 도큐멘타 참관 등을 통해 서방의 현대미술 흐름을 접하면서 자유진영의 자유분방한 미술에 큰 충격을 받았다.  베를린 장벽이 세워지기전 뒤셀도르프로 이주한 뒤 시그마 폴케(Sigmar Polke), 콘라드 피셔-루에크(Konrad Fischer-Lueg), 게오르그 바젤리츠(Georg Baselitz) 등과 교우하며 1960년대 초 추상표현주의, 앵포르멜과 팝아트, 미니멀아트, 플럭서스 등 시대의 변화를 보여주는 다양한 미술 운동의 영향을 받아 , 시그마 폴케, 콘라드 루에크와 함께 이른바 자본주의 리얼리스트 그룹에서 활동했다. 그의 포토리얼리즘 회화는 동독의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대응하며 일어난 독일 버전 팝아트라 볼 수 있다.

 

리히터는 오브제, 행위 미술 등의 열풍 속에서도 회화에 대한 관심을 버리지 않고 회화를 현대적 감각과 방법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했다. 기존의 관념에 의해 속박되지 않는 회화의 새로운 길을 찾고자 회화를 통해 순수한 실재세계를 드러내고자 했다.

 

 

(2)회화영역

그의 그림은 크게 1960년대 사진 이미지를 부드럽게 묘사한 사진회화와 기하학적인 컬러차트 시리즈, 70년대 표현적인 붓질이 강하게 다가오는 추상회화로 나눌 수 있다.

 

 

1. 사진 회화

 

1960년대 독일 미술계는 앵포르멜과 팝아트에 맞서 대립되는 두 흐름이 일어났다. 하나는 신표현주의로 게오르그 바젤리츠와 안젤름 키퍼 중심으로 독일표현주의의 전통을 이어가면서 사진과 대중문화를 배격하며 독일의 역사를 이야기하고자 했다. 다른 하나는 리히터의 작업들로 그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사진을 이용해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만들어냈다. 특히 신문 및 잡지에서 스크랩한 사진을 바탕으로 한 포토페인팅(Photo Painting) 은 회화의 여러 가지 표현 기법을 실험하며 그려낸 리히터의 대표 시리즈 중 하나이다. 

 

계단을 내려오는 여인.  1965

 

리히터는 팝아트를 접하고 난 이후 일상과 미술, 사진과 회화와의 융합 가능성을 발견하고 포토페인팅을 시도했다.  사회주의에서는 사진이 정치 사상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었고 자본주의에서는 일상적인 것을 사진으로 표현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사진이 담은 일상적인 사건, 사상을 회화를 통해 의미를 제거 시키기 위해 회화에서 흐리기기법을 활용재가공한다. 

 작가에 있어 사진은 “개인적 경험을 떨쳐버리게 해주는 순수한 이미지”로써 기존의 예술개념을 탈각한 회화를 만드는 방법을 모색했으며, 사진을 통해 개인적 경험과 관념에 물들지 않은 채 객관적으로 대상을 드러내며 이미지를 표현하고자 한것이다. 그가 사용하는 사진 소재는 가족의 스냅사진, 작가가 직접 찍은 풍경사진, 그리고 인쇄매체로부터 취한 사진 등 다양하다.

리히터의 회화에서 사진적 일루전들은 흐릿한 윤곽, 추상표현적 터치, 기하학적 구성 등을 통해 보는 이로 하여금 일루전의 실재성에 대해 의심하게 만들고, 예술에 있어서 진정성의 문제에 대해 깊이 사유하게 한다

 

"유일하게 역설적인 것은 언제나 적절히 구성된 모티브를 가지고 시작하는데, 조금씩 그 의도를 파괴하여 마침내 작품이 완성되었을 때에는 개방성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정확하게 초점이 맞은 이미지보다 흐릿한 캔버스를 통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내가 경계를 융해시키고 변형을 만들어낼 때, 재현을 파괴하거나 예술적으로 분명하게 보이거나 덜 분명하게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다. 흐리기는 표면을 평등화시킨다. 흐리기를 통해서 나의 작업들은 예술적이고 수공적으로 보이게 되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이며 매끄럽고 완벽해진다. 아마도 나는 흐리기를 통해 과다한 불필요한 정보를 제거하려는 것 같다."  -리히터 

Seascape(Cloudy). 1969

리히터의 풍경화는 실재 자연을 카메라로 찍어서 사실적으로 그린것으로 자연 대상의 낭만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한 것이 아닌,  인간의 주관적인 판단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무심하게 카메라의 시선처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자 한것이다. 즉 대상을 인위적으로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무심의 대상으로 바라보고자 한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과 관람자가 물아일체의 상태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것은 기존 리얼리즘작가들이 대상을 사실적으로 그리고자 하는 의도와 다른 것이다.

 

 

2. 컬러차트 

 

256 farben(256 colors). 1974/1984

1966년부터 시작한 <컬러차트> 시리즈는 산업용 페인트 색상표를 대규모로 확대하여 무작위로 배열한 추상작품으로 완전히 임의적인 색 배열을 통해 색이 갖는 사회적, 역사적, 상징적인 해석과 가능성을 제거한 것이다. 그냥 보기에는 기하학적인 추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리히터는 색상으로 인해 연상되는 것을 제거하려 노력함으로써 기존 사진회화에서 추구한 것과 같이 의미의 제거를 추구했다. 그래서 색상의 배열은 우연적으로 이뤄질 뿐 아무런 의미가 없다.

 

3. 추상 회화

Abstraktes Bild. 1990

 1970년대 후반부터 시도한 <추상회화>는 물감을 두껍게 칠하고 마르기 전에 직접 만든 스퀴즈로 긁어내면서 원래 이미지를 감추는 작업이다. 이것은 미를 계획적으로 창조하는 것이 아닌 작품을 지워가면서 아름다움을 우연하게 발견하고자 한 시도이다.  이것은 기존에 나타난 사실적인 구상 표현에서 표현 이미지는 달라졌지만 기존의 의미를 지워낸다는 부분에서 작가의 동일한 표현의도를 알아볼 수 있다. 

 

"추상회화와 더불어 우리는 그 보이지 않는 것, 직접 이해할 수 없는 것에 직접 다가갈 수 있는 더 좋은 기회를 갖게 되었다. 왜냐면 추상회화는 직접적인 직관성 속에서 예술의 모든 수단을 가지고 무(無)를 묘사하기 때문이다"

 

 

4. 포토리얼리즘

베티.1988

1980년대 포토리얼리즘은 부드러운 붓터치로 대상을 아련하게 그려내며 빛, 기운, 분위기 등 형체가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다 선명한 아름다움으로 드러내고 있다. 대상의 단순한 묘사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표현하려는 의도이다. 기존리얼리즘은 눈에 보이는 것을 분명히 하려는 의도인데 리히터의 경우는 보이는 것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을 암시하게 하려는 의도를 나타낸다. 

 

2 candles. 1982

 

리히터는 구상과 추상,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회화의 영역을 넓혔다. 보이는 것을 지우려고도 하고 보여지는 것 너머의 것을 생각할 수 있도록 작품을 제작했다. 우리가 리히터 그림을 감상할 때 고정된 의미만 갖는 것이 아닌 열린 마음으로 감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된다.